뿌리서점과 숨어 있는 책에 가다

사무실에서 나와,  예정되어 있는 일도 없고 특별히 해야 할 일이 떠오르지 않아 헌책방을 갔다. 오랜만에 용산 뿌리서점을 찾았다. 찾아갈 때마다 변함없이 주인아저씨는 커피 한잔을 권하신다.  돈을 빌리고 빌려주는 은행도 아니고, 새책을 사고 파는 서점도 아니니 난방은 고작 난로 하나다. 가득 쌓여 있는 책들을 눈여겨 훝어 본 지 얼마되지 않아, 춥구나 싶었다. 손바닥을 비비고 호호 입김을 불었다. 여전히 책은 많았다. 책은 세권 골랐다.

  • 方法序說 省察 [데카르트, 소두영, 동서출판사] 
  • 暝想錄 [아우렐리우스, 황문수, 범우사]

뿌리를 나와 신촌 숨어있는 책을 찾았다. 차를 가져갔기에 이동은 편했다. 그곳에서 4권을 골랐다

  • 나는 낙째생 [앤드루 써머스, 안정효, 고려원]
  • 당나귀 그림자에 대한 재판 [C.M. 뷔일란트, 윤시향, 문학동네]
  • 베에토벤의 생애 [로맹 롤랑, 이?영, 문예출판사]
  • 포지셔닝 [Al ries & Jack Trout, 김영준, 오리콤 신서]

헌책방에서 구한 책들

  • 소가 되어 인간을 밀어라-일본근대문학의 최고작가 나쓰메 소세키 서간집[미요시 유키오 엮음, 이종수 옮김, 미다스북스]
  • 韓國小說의 이론[조동일, 지식산업사]
  • 고지가 바로 저긴데 예서 말 수는 없다[김용갑, 도서출판 무애]
  • 名人[가오바타 야스나리, 민병산 옮김, 솔 출판사]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밀란 쿤데라, 이재룡 옮김, 민음사]

신촌 ‘숨어있는 책’에 들렀다. 꼭 사려는 책은 없었다. 특별히 할 일이 없어 시간이 남아 돌아 아무 긴장 없이 그곳에 갔다. 내게 영향을 줄 책을 만나면 좋고 아니어도 괜찮은 기분으로.  

 ’소가 되어 인간을 밀어라’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왜 소가 되라는 거지? 근데 왜 인간을 미나. 소는 수레를 끌지 않나. 그럼 소가 되어 인간을 끌어라 이런 제목이 맞지 않나. 암호같은 다른 이유가 있을 터. 여튼 내 손은 책장으로 뻗었다. 편지를 모아둔 책이다. 일기가 좋듯 편지도 좋아한다.  ‘나쓰메 소세키’!  예전에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본 적이 있다. 고양이가 주인공이라니. 독특한 작가구나 싶었다. 그 사람의 시절별로 편지를 묶어 둔 거였다. 쓰윽 훝어보니, 잘 읽힌다. 특히 ‘~하네’ ‘~하지 않은가’ ~겠지’ “입니다’ 문체가 맘에 든다. 

조동일 선생님을 존경한다.  가끔 그분의 홈페이지 ‘조동일을 만납시다’에 들러, 새글을 읽는다. 질의응답 게시판도 꼭 들어가 본다. 그곳엔 질문에 걸맞는 답이 있다. 또한 답에는 군더기가 없다. 깐깐하고 꼿꼿한 선생님의 성품 탓이리라. ‘한국소설의 이론’. 사실 내 관심사는 아니다. 하지만, 그 분 글은 읽어볼 가치가 있다는 판단이다.

며칠전 한나라당 김용갑의원이 4월 총선 불출마 선언을 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소위 ‘수구꼴통’ ‘원조 보수’라는  세간의 평가를 받는 그 분의 정치적 지향에 대해선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걸 빼고 보면 인간적으로 순진하다할까 하는 인상이었다. ‘고지가 바로 자긴데 예서 말 수는 없다’. 정치인들이 선거를 앞두고 내는 자서전류의 책이리라. 월남전 근무시절 아이들이 생각나서, 껌 한통을 집으로 보냈다고 한다. 아내는 우체국에서 소포가 왔다는 소식에 보자기를 여러개 준비해서 갔다고 한다. 달랑 껌한통이니. 얼마나 우스운 일 에피소드인가. 아내가 가끔 추억삼아 그 우체국에서 무안당했던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한다.  그 일화를 보고 골랐다.

가끔 한게임에서 바둑을 구경한다.  또 가끔은 케이블 바둑채널을 보기도 한다. 그럴때 바둑을 배워봐야지 하는 마음이 일곤 하는데, 계획은 세우지 않는다. 빠져들것 같아서… 작품 해설을 시인 신경림씨가 썼다.  그 평을 옮기면, “무엇보다도 이 소설은 박진감이 넘친다. 마치 바둑을 두는 것을 직접 보고 있기라도 하듯 손에 땀이 쥐어진다. 긴장된 두 대국자의 표정이 눈에 선하고, 바둑돌 놓는 소리뿐인 대국실의 분위기가 가슴을 짓누른다. 읽어가노라면 문득 내 손에도 바둑돌이 쥐어진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까지 한다” 실화를 바탕으로한 바둑소설이라 하니, 구경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앞부분에 니체의 ‘영원한 회귀’ 사상을 논한다. “영원한 회귀가 가장 무거운 짐이라면, 이것을 배경으로 거느린 우리의 삶은 찬란한 가벼움 속에서 그 자태를 드러낸다. 그러나 묵직함은 진정 끔찍한 것이고, 가벼움은 아름다운 것일까”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나는 수년 전부터 토마스를 생각했다”  “그는 3주 전쯤 보헤미아의 한 작은 마을에서 테레사를 만났다” 토마스? 테레사? 그 둘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차례를 보니, 가벼움-무거움, 영혼-육체가 눈에 띈다. 궁금해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