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the '일상단상' Category

산이 짙어졌다.

산이 짙어졌다. 하루 아침에 색깔이 확 바뀌지는 않았을텐데 어제는 몰랐는데 오늘 아침 산 위에서 ‘아 그새 짙어졌구나’ 했다. 주위를 살피니 소나무 잎들이 바짝 기운을 내는 듯 했고 발 아래 풀들도 불쑥 올라오는 듯 했다. 저녁빛 바람결에 하얀 잎을 날리던 벗꽃은 멀리 희미해져간다. 위를 보니 시야가 넓다. 부산 시내를 한동안 보고 내려왔다.

산책하다

부산에 내려와서 달라진 일 중에 하나가 저녁 식사후 산책이다. 운동삼아, 홀로 있고 싶을 때 그리고 집중해서 엠피3 파일을 듣고자 할 때 나간다. 저녁 산책을 나가게 되면 그러한 일들이 동시에 이루어진다. 두 개의 코스가 있다. 하나는 양정역 방향이고 다른 하나는 서면 지하상가 방향이다. 조금 전엔 서면 쪽으로 다녀왔다. 다른 이유도 있다. 매번 그런 것은 아니지만 외롭다는 느낌이 들 때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서면으로 발 길이 간다. 눈으로 오고 가는 사람들을 채운다. 산책이 즐겁다.

비가 온다

비가 오는 날, 비가 온 다음날 땅이 축축할 때는 아침에 산에 가지 않는다. 눈을 떴을 때 어제 오후 대영과의 산행으로 다리에 피로감을 느낄 수 있었다. 비가 오니 반가웠다.

사무실에 내려와 컴퓨터를 켰다.  하루의 시작이다. 세수를 하면서 발심에 대해서 생각했다. 어디에 의지할 것인가? 하나의 단어가 떠올랐고 그게 맞다는 판단이 들었다.

흡연의 유혹

지금 시각은 10시 34분. 주위가 고요하다. 잘 시간이다. 그러면서 흡연을 하고 싶다는 느낌이 불쑥 들었다. 왜 일까? 자문하니 짐작가는 일이 있다.  몇시간 전에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있었다. 돌이켜 보면 내 자신을 넘어서지 못하는 나 때문인 것이다. 있는 일을 있는 그대로 듣지 못하고 기분에 좌우된 자신을 보았기 때문이고 다른 이가 나를 오해할 가능성이 많다는 판단과 그런 상황을 어쩌지 못하는 내 자신을 보았기 때문이다.

3월 4일부터 담배를 피우고 있지 않다. 지금 흡연하고 싶은 욕구는 이전에 내가 습관적으로 피워왔고 이런 상황에서 담배에 의지해온 내 속의 일들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서면 나는 식후땅(담배)의 욕구와 그 유혹에도 넘어가게 될 것이다.  둑이 터질 것이다.

그들은 내 틈새를 노리고 있다. 헤헤

조카와의 통화

어제의 일이다.

조카가 서울 집에 와서 내게 전화를 걸었다. ”삼촌 언제 와?” 묻는다. 초등학교 3학년 남자애인 조카의 물음이 기특하다. 아직 모르겠다며 “보고싶다”고 말했다. 장난이 심하고 삼촌인 나를 때리고 치는 것에 재미 붙어 있는 녀석과 노는 것이 힘이 들어서 그렇지 녀석을 좋아한다. 가끔 생각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다. “삼촌하고 야구하려고 했는데..” 하며 아쉬워 한다. 조카는 야구를 좋아한다. 나도 좋아한다. 둘이서 집 근처 운동장에 가 던지고 치고 받고 야구했던 일들이 우리에게 둘 만의 비밀처럼 서로를 친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계주 반대표가 되었다고 한다. 나와는 달리 그녀석 날쎄고 민첩하다. “와 잘되었다” 했다. 그리고 다음에 만나자고 했다. 그 녀석도 그러자 한다.

그리고 그녀석에서 “엄마 말 잘 듣고..” 했더니 그녀석 알았다고 한다. 약간 건성으로 대답하는 듯 하다. 어른들이 빠짐없이 한사코 하는 말이니까. 하지만 난 내 자신이 말이 매우 낯설게 느껴졌다. 그런 말을 하지 않았어야 했는데 하는 자책이 일었다.

엄마 말 중에 잘 듣고 따라서 해야 하는 일이 있지만 또한 그렇지 않은 일들도 분명 있게 마련이다. 아이는 자라면서 그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나쁜 일을 하지 말고 좋은 일을 하라는 원칙적인 말을 했어야 했다. 예를 들어 “거짓말을 하지 마라” “남에게 피해주지 말라” “나쁜짓 하지 마라”라고. 혹은 “엄마를 힘들게 하지 말거라”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