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만나보아도 진실을 알고 바르게 살고자 하는 자가 없었다. 그렇다면 나의 삶은 얼마나 많은 수모와 방황속을 헤매야 하는가? 그러면서도 내가 하는 일에 대하여 잠시도 중단할 수가 없었다. 세상 사람들의 마음이 모두가 나를 버린다고 하더라도 내 마음은 그들을 버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들은 나의 유일한 희망이요, 내 삶의 전부였기 때문이었다. — tathagata
어제 저녁무렵부터 서너시간 잔 것을 제외하고 하루내내 책상에서 컴퓨터 모니터를 보고 자판을 두드린다. 보고 베끼고 구성을 달리하고 덧붙여 의견을 단다. 마감 날을 앞에 두고 해야할 일은 많이 보이고 시간은 부족하고 주위로부터 도움을 크게 받을 상황도 아닌듯 보인다. 잠시 쉬다가 일을 한다. 손가락을 놀리고 머리를 쓰고 할 일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중간보고pt 작업을 하다. 편집이 서툴어 시간을 들인다. 반복하다보니 어떤 기능은 손에 익게 되고 새로운 기능을 알게 되면 앞으로 그간의 수고스러움을 면할 수 있어 기쁘다. 나의 느린 작업공정 탓에 보고일자가 조정되었고 시간은 벌었으나 다시금 나를 보게 된다.
대학시절 보람있는 일에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쓰는 것이 적어도 인생을 잘못 사는 건 아니라 여겼다(그 당시에는 그게 잘사는 것이라 생각했고, 복잡한 자의식에 허송세월 방황했던 터라 보람이 내겐 큰 답이었다. 허나 보람은 꼭 자기만큼 보고 얻게 되는 것 아닌가?) 지금도 그러하다. 잘못 사니까 잘 살고 싶다. 잘 못 살지 않으면 잘 사는 거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건 잘 못 사는 나를 매일매일 보는 일이다. 다만 큰 잘못을 하지 않고 잘못된 일에 연루되지 않도록 그때보다 조금은 조심스럽게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잘못은 잘못이다.
회사동료들과 저녁식사를 하고 사무실에 들어와 23일(수) 중간보고인 보고서를 시작하다. 한 시간 남짓 하니 집중력이 떨어지고 딴짓을 하고 싶다. 그러다 오랜만에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딴짓을 해본다. 이 포스트를 발행 후 몇시간 남은 시간은 일감에 주의를 기울이고 싶구나.
지난 9월 9일 출근했고 이제 석달이 지났다. 익숙치 않은 일들에 서툰 솜치로 애쓰는 시간이었고, 연결되지 않은 자료뭉치와 생각들에 머리는 무거웠으며 몸은 버거웠다. 마감이라는 중압감 속에서 한몫을 못하는 자신을 받아들여야 했으며, 내 몫을 받는 동료들에 미안한 마음은 피할 수 없었다. 지난 석달동안 그런 일도 있었다. 석달이 지난 지금 어느 일감은 익숙해졌으며 어느 업무는 이전보다 덜 고생스럽다.